인간은 언젠가 죽어.


비겁한 자식, 한 대 갈겨줘야겠어.
마음이 갈라지는 기분에 고개를 치켜들었으나
오랜만에 마주한 그의 얼굴은 지나치게 고요했습니다. 


아니, 애초에 그에게 얼굴이 있었나? 


혐오스러움의 습격에 나는 손끝이 차가워지는 걸 느꼈습니다.
봐서는 안 될 것을 본 기분입니다.
들어서는 안 되는 것을 들은 기분입니다.
나는 빠르게 정신을 가다듬고 질문했습니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당신은 지속적으로 그와 만나고 있지 않았습니까?
얼굴이 있다는 둥 없다는 둥, 혐오스럽다는 둥, 이해하기 어렵군요.
그리고 애초에 왜 화가 나셨던 건지, 그런 건 이미 알고 계셨잖아요?


맞습니다. 요즘 도통 잠이 부족해서, 지쳐버린 걸까요.
잘 아시겠지만 만원 전철에 타면 세상의 온갖 추함에 이리저리 치인다고요.
그래요. 당신 말이 맞습니다. 모두가 언젠가는 죽을 운명이다,
이는 하늘에 구름이 떠오르고 끝내 흩어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했었죠?


뭐라고 말씀하셨는지, 거기부터입니다.


네. 실은요, 거짓말입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유령에게 질문이라니, 나는 이제 학자도 뭣도 아니라고요?
내가 폭력으로부터 배운 것은 침묵입니다. 주절주절 아무리 떠들어대봤자 무용합니다.
그저 거세게 불어오는 폭풍을 마주하며 등 뒤에 폐허가 쌓여가는 것을 느꼈을 뿐입니다. 


그러나,


어긋난 시간 앞에서
그 유령은 아름다웠습니다.




글 신민서
작가. 서울·파리를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2024년부터 파리 1대학 ED APESA 소속으로, 정의되지 않는 코드로서의 ‘유령’을 연구해 왔다. 이미지와 텍스트를 분해하고 재조립하는 실험적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